이별이 사랑을 완성하기도 한다

<화양연화>, 2000, 왕가위

영화 속에서 두 사람은 각자의 배우자가 바람이 났다는 사실을 알고 대책 회의를 세우기 위해 만난다. 어쩌다 그렇게 되었을까요. 같이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그들은 상대에게 분명한 호감을 느낀다. 하지만 두 사람은 ‘우리는 바람을 피기 위해 만나는 것이 아니다’, 라는 명제 아래에 있다. 결국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하고 수리 첸과 차우는 헤어진다. 두 사람은 사는 내내 불행했을까, 아니면 외로웠을까. 누군가를 마음에 두고 사는 일은 하루 아침에 말끔하게 해결되는 일이 아니다. 그런 인연을 겪는다는 건 일종의 환상병이다. 그 병을 앓는 이들은 앙코르와트의 나무에 구멍을 파서 비밀을 속삭인다 한들 2046년까지 괴로울 것이다. 그렇다면 처음으로 돌아가서 옷깃을 스치지 말아야 했나? 아마 양측 모두 아니라고 답할 것 같다. 다시 헤어지게 되더라도 그 시간을 후회하지는 않는다고. 마음에 무덤을 지고도 그 그늘을 사는 내내 숨기지 못한 채로, 자주 그때로 돌아가는 꿈을 꾼다고 답하는 여자와 남자를 떠올린다. 그날, X는 오지 않았다. 그가 이 영화를 봤다면, 뭐라고 했을까? 아주 오래 전 <중경삼림>과 <화양연화>를 보고 찾아간 홍콩은 처참하기까지 했다. 에스컬레이터는 생활 터전이었고, 그들이 식사하던 레스토랑은 대대적으로 공사 중이었다. 날씨는 습했고 거리는 좁았고 사람은 너무 많았다. 그런데 나는 자꾸 그 도시에 다시 가고 싶다. X가 홍콩에 가 본 적이 있는지 궁금하다. 자꾸 궁금한 게 많아진다.